그린 스완이 뭐니?
조윤진 (koala624@donga.com ) 기자
2023-02-27 00:00:00
세계 경제에 초록색 백조(그린 스완)가 나타났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그린 스완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쁜 초록빛 백조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린 스완은 시장 경제에 무시무시한 존재. 기후 위기가 일으킬 수 있는 대규모 경제 위기를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각 나라의 중앙은행을 조율하는 협력기관인 국제결제은행(BIS)이 ‘기후 변화 시대의 중앙은행과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는 자연 생태계와 시민 사회를 위협할 뿐 아니라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그린 스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쓰이게 됐다. 대만의 중앙은행은 앞으로 그린 스완이 벌어질 가능성을 경고하며 다가올 기후 변화를 예측해 물가(물건 가격) 정책 등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대체 백조와 경제는 무슨 관계이기에 이토록 세계가 긴장하는 걸까?
○기후 변화가 흔드는 경제, 그린 스완
올해 2월 제주에 역대급 한파와 폭설이 찾아오면서 농작물이 얼어붙는 피해가 벌어졌다. 남은 농작물이 더는 얼지 않게 하려면 채소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에 난방을 계속 가동해야 하는데, 난방비도 크게 올라서 채소 생산 비용이 작년보다 최소 1.5배 이상 껑충 뛰었다. 덩달아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채소도 아주 비싸졌다. 2월 대형마트 기준 당근 1㎏의 가격은 4480원. 1년전 당근 값이 2980원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무려 50% 넘게 오른 것이다. 기후 변화 때문에 가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셈이다. 이렇게 폭설, 폭염, 홍수 같은 자연재해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그린스완’이라고 한다. 제주 사례처럼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것 외에도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지역을 복구하느라 비용을 들이는 것 역시 국가 재정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그린 스완에 해당한다. 최근 지구온난화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 이상 기후가 자주 나타나면서 그린 스완을 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측할 수 없는 경제 폭탄, 블랙 스완·네온 스완
그린 스완은 경제용어 ‘블랙 스완(검은 백조)’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백조는 흰색. 이 사이에 검은 백조가 끼어 있다면 얼마나 놀라울까? 17세기 후반, 호주에서 실제로 검은색 백조가 발견됐어.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실제로 일어난 거지. 이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예측하지 못한 사건으로 벌어지는 경제 위기를 ‘블랙 스완’이라고 부르게 됐다. 2019년부터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 역시 블랙 스완에 해당한다. 누구도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가 발생하리라고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 코로나19로 관광·문화 산업은 물론, 소비 시장도 얼어붙었고 세계적인 수입·수출까지 멈춰서면서 초대형 경제 피해를 가져왔다.
블랙 스완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도 있다. 바로 ‘네온 스완(빛나는 백조)’. 블랙 스완이 발생할 확률은 낮지만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가리킨다면, 네온 스완은 백조가 스스로 빛을 내는 것처럼 상식적으로 절대 발생하지 않을 위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 위기의 조짐, 화이트 스완·그레이 스완
예측할 수 있는 위기를 가리키는 말도 있다. 바로 ‘화이트 스완(흰 백조)’. 화이트 스완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미국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경제 위기가 다가올 때마다 비슷한 징후가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은행에 빚이 지나치게 많이 쌓이거나 정부의 관리 감독이 느슨해지면 경제 위기가 벌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화이트 스완처럼 예측할 수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경우도 있어. 검은색과 흰색의 중간에 해당하는 회색과 같다고 해서 ‘그레이 스완(회색 백조)’라고 부른다. 블랙 스완만큼 예측이 어렵거나 경제를 크게 뒤흔들만큼의 위협은 아니지만, 대처 방안이 모호해서 까다롭다. 대표적으로 국제 기름값 상승을 꼽을 수 있다. 기름값이 오르면 공장을 가동하거나 자동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금액이 커져 기업이나 개인의 경제 활동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기름값을 낮출 방도가 없으니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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